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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디지털 골렘 만들기

AI 시대 인간의 역할

나의 디지털 골렘 만들기

16세기, 프라하의 유대인 거주구는 박해의 그늘 아래 있었다. 랍비 유다 뢰브는 어느 깊은 밤 블타바 강가로 내려가, 젖은 진흙을 두 손 가득 퍼 올렸다. 그는 그것으로 사람의 두 배만 한 형상을 빚었다. 어깨와 가슴을 세우고, 손과 발을 다듬고, 마지막으로 그 이마에 히브리어 세 글자가 새겼다. אמת — 진실.

글자가 새겨지자 진흙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골렘은 몸을 일으켜 거리를 지켰고, 거주구를 노리는 손길을 막아섰다. 사람들은 그 거대한 수호자의 그림자 아래에서 비로소 두 발을 뻗고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진흙은 멈출 줄을 몰랐다. 골렘은 날이 갈수록 커졌고, 강해졌으며, 끝내 자신을 빚은 손의 명령마저 듣지 않았다. 수호자가 위협이 되었다. 랍비는 자신이 불러낸 것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손을 뻗어, 골렘의 이마에서 맨 앞의 한 글자를 지웠다.

אמת에서 알레프가 사라지자, 남은 것은 מת이었다. 진실에서 글자 하나를 덜어 낸 자리에 죽음이 있었다. 골렘은 무너져, 다시 한 줌의 진흙으로 돌아갔다.

1. 카파시가 제안한 ‘세컨드 브레인’

OpenAI 공동창업자이자 전 테슬라 AI 디렉터인 안드레이 카파시는 2026년 봄, 자신이 ‘LLM 위키(LLM Wiki)‘라 부르는 지식 관리 방식을 X에 공개했습니다 LLM Wiki. 파편화된 메모와 스크랩을 LLM과 옵시디언으로 위키처럼 정리해, 자신만의 지식 창고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세컨드 브레인. 사람들은 티아고 포르테가 2022년 동명의 책으로 퍼뜨린 이 용어를 카파시의 방식에 붙였습니다.

세컨드 브레인의 구축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지식을 세 개의 층으로 나눕니다. 원본층에는 기사와 논문, 메모 같은 자료를 들어온 그대로 쌓아 두고 손대지 않습니다. 그 위의 위키층에는 LLM이 원본을 읽어 요약, 정리, 링크하여 마크다운 문서로 작성합니다. 마지막으로 규칙을 적은 설정 파일 하나가 LLM에게 이 위키를 어떻게 운영할지 일러 줍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할 분담입니다. 사람은 큐레이터, LLM은 사서입니다. 사용자는 ‘무엇을 읽을 가치가 있는가’만 결정하고, 요약, 연결, 정리, 검증은 LLM이 맡습니다. 카파시 본인의 말에 따르면, 위키를 직접 손으로 쓰거나 고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모두 LLM에게 맡깁니다.

2. 직접 만들어 보기

말로만 들으면 흔한 추상적인 지론이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가져다준 진짜 통찰을 공유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로 세컨드 브레인을 어떻게 구축하는지 기술해보려 합니다. 백지 상태에서도 그대로 따라 만들 수 있도록 그 구축 과정을 설명합니다.

준비물은 세 가지입니다.

  • 옵시디언(Obsidian) — 완성된 위키를 보고 돌아다니는 뷰어입니다. 공식 사이트에서 무료로 내려받습니다.
  • 에이전트 — 실제로 위키를 읽고 써 줄 AI입니다. 저는 Claude Code를 사용했습니다.
  • 설정 파일(CLAUDE.md) — 에이전트에게 ‘너는 사서, 나는 큐레이터’라는 운영 규칙을 알려 주는 문서입니다. 아래 2.4에 그대로 복사해 쓸 수 있는 전문을 실어 두었습니다.

2.1. 원본 자료(raw) 모으기

첫 번째 층인 raw는 세컨드 브레인이 읽을 원재료입니다. 채우는 방법은 자유입니다. 옵시디언에 직접 메모를 써도 되고, 읽다가 좋은 웹 글을 옵시디언 Web Clipper로 떠 와도 되며, 이미 다른 도구(구글 킵, 노션, 애플 노트, Roam 등)에 쌓아 둔 메모를 통째로 가져와도 됩니다. 마크다운 파일로 raw 폴더에 들어가기만 하면 무엇이든 재료가 됩니다.

저는 마침 생각과 뉴스 기사 등을 구글 킵(Google Keep)에 모아 두고 있어, 그것을 가져오는 방법으로 시작했습니다. 구글 킵을 쓰신다면 이렇게 내보냅니다.

  1. 구글 테이크아웃(Google Takeout)에 접속합니다.
  2. 위쪽의 ‘전체 선택 해제’를 누릅니다.
  3. 목록에서 Keep만 다시 체크합니다.
  4. 맨 아래 ‘다음 단계’ → ‘내보내기 만들기’를 누르면 잠시 후 압축 파일(.zip)을 받습니다. (메모가 많으면 다운로드 링크가 메일로 옵니다.)

2.2. 옵시디언으로 가져오기

  1. 옵시디언을 설치하고 새 보관함(vault)을 하나 만듭니다.
  2. 설정 → 커뮤니티 플러그인에서 공식 Importer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켭니다.
  3. 명령 팔레트(Ctrl/Cmd + P)에서 ‘Importer’를 실행하고, 형식을 자신의 자료에 맞게 고릅니다. 구글 킵이면 ‘Google Keep (.zip)’, 노션·에버노트·Roam 등도 각각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 앞서 받은 파일을 넣습니다.
  4. 메모 하나하나가 마크다운 파일로 들어옵니다. 이 폴더의 이름을 raw로 바꿔 원본층으로 삼습니다.

(직접 메모를 쓰거나 Web Clipper로 모을 생각이라면 이 단계는 건너뛰고, raw 폴더 하나만 만들어 그 안에 글을 넣으면 됩니다.)

2.3. 에이전트(Claude Code) 설치하기

Claude Code는 명령줄 도구지만, 설치는 한 줄이면 끝납니다. (유료 플랜이 필요합니다 — Claude Pro 이상 또는 API 키. 무료 플랜으로는 쓸 수 없습니다.)

  1. 터미널을 열고 운영체제에 맞는 명령을 실행합니다.
    • macOS·리눅스: curl -fsSL https://claude.ai/install.sh | bash
    • 윈도우(PowerShell): irm https://claude.ai/install.ps1 | iex
  2. claude --version을 입력해 설치를 확인합니다.
  3. 터미널이 낯설다면, VS Code의 확장 마켓플레이스에서 ‘Claude Code’(Anthropic 공식)를 설치하여 편집기 안에서 바로 쓸 수 있습니다.

2.4. 규칙 파일(CLAUDE.md) 만들기

이제 골렘에게 일하는 규칙을 줍니다. 보관함 맨 위 폴더(raw와 같은 위치)에 CLAUDE.md 파일을 만들고 아래 내용을 붙여 넣으세요. Claude Code는 작업을 시작할 때 이 파일을 자동으로 읽습니다.

# 역할
너는 이 지식 베이스의 사서, 나는 큐레이터다.
나는 무엇을 raw/에 넣을지만 정하고, 정리는 모두 네가 한다.

# 폴더 구조
- raw/   : 원본 자료. 절대 수정·삭제하지 않는다.
- wiki/  : 네가 만들고 관리하는 문서(요약·개념 페이지·상호 링크).
- wiki/index.md : 위키 전체의 목차. 항상 최신으로 유지한다.
- log.md : ingest·query·lint 작업 기록.

# 동작
## ingest (자료 정리)
1. raw/의 새 파일을 모두 읽는다.
2. 핵심 개념을 한 페이지에 하나씩 wiki/로 정리한다.
3. 관련된 페이지끼리 [[위키링크]]로 잇는다.
4. 새 자료가 기존 내용과 충돌하면 덮어쓰지 말고 양쪽 출처를 함께 표시한다.
5. 모든 주장에는 raw/ 출처를 단다.
6. index.md와 log.md를 갱신한다.

## query (질문 답변)
- raw 전체를 다시 읽지 말고, 정리해 둔 wiki를 근거로 답한다.
- 새로 도출한 개념은 wiki 페이지로 남기고 log.md에 기록한다.

## lint (점검)
- 깨진 링크, 고아 페이지, 중복, 모순, 빠진 부분을 찾아 보고한다.

# 원칙
- 마크다운이 유일한 진실 공급원이다. 모든 것은 사람이 읽고 출처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 출처가 없으면 지어내지 않는다.

2.5. 첫 명령 던지기

준비가 끝났습니다. VS Code(또는 터미널)에서 보관함 폴더를 열고, 통합 터미널에 claude를 입력하면 채팅 화면이 뜹니다. 여기에 코드가 아니라 평소 말투로 명령을 적으면 됩니다.

한 가지 당부드리자면, 처음부터 모든 메모를 한꺼번에 정리시키지 마세요. 결과도 지저분해지고, 쓸모를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주제가 겹치는 메모 한 묶음부터 시작했습니다.

raw 폴더의 메모를 CLAUDE.md 규칙대로 wiki로 정리해 줘.

정리가 끝나면 옵시디언으로 돌아가 그래프 뷰를 열어 보세요. 조금 전까지 연결 없이 점으로 흩어져 있던 메모들 사이에 선이 그어져 있을 겁니다. LLM이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찾아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옵시디언 그래프 뷰. 대부분의 메모가 아직 연결 없는 점으로 흩어져 있고, 가운데에 LLM이 만들어 낸 작은 연결 클러스터가 보입니다.
처음 한 묶음을 정리시킨 직후의 그래프. 흩어진 점들 사이로 처음 몇 가닥 선이 그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다음부터는 질문을 던지거나, 가끔 점검을 요청하면 됩니다.

이 메모들을 종합하면 내가 반복적으로 가진 관점이 뭐야?

위키 점검해 줘 — 깨진 링크, 중복, 모순, 빠진 부분.

여기까지가 세컨드 브레인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정작 흥미로운 일은, 도구를 완성한 다음부터 시작됐습니다.

3. 세컨드 브레인의 첫인상 — 특별한 통찰은 없는데?

단순히 세컨드 브레인을 만들고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특별한 통찰을 얻지 못했습니다.

처음 던진 질문은 이러했습니다. “내 메모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관점이나 논점이 무엇이지?” 답은 꽤 그럴싸했습니다. 세컨드 브레인은 여덟 개의 위키 페이지를 가로질러 다섯 개의 축을 뽑아냈습니다. 바깥의 소음에 휘둘리지 말고 내면을 따르라는 반복적인 다짐, 인간을 이기적이고 기만적인 존재로 보면서도 동시에 자비를 갈망하는 양면성, 유행이 아니라 ‘X란 무엇인가’부터 다시 묻는 사고 습관, 속도나 겉모습보다 본질과 완성도를 앞세우는 가치 판단, 그리고 고통과 투쟁을 성장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서사였습니다. 정확했고, 출처까지 단정하게 달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고 난 느낌은 ‘아 그렇구나’ 정도였습니다. 별다른 통찰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들여다본 뒤에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세컨드 브레인의 대답은 결국 제가 제 평소 메모에 적힌 생각들의 평균이었습니다. 데이터 안에 이미 들어 있던 것을 조금 더 또렷히 비춰줄 뿐이었습니다. 제 생각들의 빈 틈새를 채워주는 보간(Interpolation)에 그쳤습니다.

4. 세컨드 브레인에서 인사이트 얻기 — 질문의 중요성

세컨드 브레인을 이래저래 써 보면서 여러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그런데 더 깊고 예리한 질문을 던질수록, 스스로 쉽게 떠올리지 못했던 통찰들이 튀어나왔습니다.

예를 들면, “내 노트가 암묵적으로 전제하지만 스스로 한 번도 검증하지 않은 가정은 무엇인가?”

답은 전혀 달랐습니다. 세컨드 브레인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이 노트들은 세계와 타인은 끝없이 의심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의 몇 가지 축은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뼈아픈 예가 하나 있었습니다. 저는 “마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또박또박 ‘가설(hypothesis)‘이라고 적어 두면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고 기만적이다”라는 훨씬 어두운 명제에는 한 번도 ‘가설’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늘 기정사실처럼 적혀 있었습니다. 그것도 그리 크지 않은 경험을 근거로 말입니다. “내 어두운 인간관은 사실인가, 아니면 투사인가?” 이 질문은 제 노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제 데이터의 요약이 아니었습니다. 제 데이터의 여백, 곧 네거티브 공간이었습니다. 저 자신도 무의식 속에서 몰랐던 모순이, 질문을 바꾸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5. 나의 디지털 골렘

이 경험을 하고 나니, 저는 이 시스템에 ‘세컨드 브레인’보다 더 나은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나의 디지털 골렘.

골렘은 무엇인가. 글머리에서 보았듯 프라하의 진흙 거인이지만, 그 핵심은 거대한 몸이 아니라 세 가지 성질에 있습니다. 첫째, 재료 — 빚는 사람의 손에서 나온 진흙으로만 만들어집니다. 둘째, 타자 — 빚었지만 그 사람 자신은 아닙니다. 셋째, 결여 — 스스로 깨어나지 못합니다. 이마에 진실(emet)이 새겨질 때에만 움직이고, 글자가 지워지면 다시 한 줌의 진흙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만든 이 시스템은 정확히 이 세 가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 재료 — 제 메모와 스크랩이라는 진흙으로 빚어집니다.
  • 타자 — 그러나 그것은 제가 아닙니다.
  • 결여 — 스스로 묻지 못합니다. 평소에는 가만히 잠들어 있다가, 제가 질문(emet)을 이마에 새겨 넣을 때에만 비로소 깨어납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나의 디지털 골렘’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 골렘이 왜 가치 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골렘은 저를 재료로 삼되 제 시점 바깥에 서 있었습니다. 저이면서 동시에 제가 아니었기에, 제가 스스로에게는 던지지 못하던 어려운 질문들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서 떨어져 나와 저를 마주 보는, 또 다른 저였던 셈입니다.

이 도구의 천장은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묻는 사람의 질문이 정합니다. “관심사가 무엇인가” 같은 게으른 질문에는 잘 정리된 평범함이 나오고, “무엇을 의심에서 면제했는가” 같은 날 선 질문에는 통찰이 나왔습니다. 데이터도 같고 모델도 같았습니다. 달랐던 것은 질문뿐이었습니다.

6. 장점

세계적인 정신분석가 에리히 프롬은 『듣기의 기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신을 알고자 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인간의 욕구다.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 시대, 근대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아는 것이 곧 세계를 아는 지식의 기반이라는 생각이 존재해왔다 … 우리의 결정과 행동의 도구인 자신에 관해 모른다면 어떻게 세상을 알고 제대로 살아가고 반응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정말로 어렵습니다. 원래는 전문가와 수년에 걸쳐 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 덕분에, 내 생각을 투영한 골렘을 앞에 세워 놓고, 내 생각의 바깥에서 나를 바라보며 질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단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만 이 도구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스크랩한 자료와 메모는 과거와 현재의 내 관심사를 드러내고, 나는 그 관심사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장점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스크랩하는 행위는 대개 거창한 기획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끌림입니다. 무엇을 저장할지 누르는 순간순간이, ‘무엇이 내 눈길을 끌었는가’에 대한 정직한 기록인 셈입니다. 정신분석이 의식적인 진술보다 반복과 무심한 선택에서 진실을 읽어 내듯, 이 골렘도 좋은 질문을 만나면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그것도 평소의 내가 좀처럼 보기 어려운 각도에서 말입니다. 나도 몰랐던 나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내가 무의식중에 모아둔 관심사를 통해 ‘나에게 의미 있는’ 지식과 통찰들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7. 위험성

그런데 유용해 보이는 이 디지털 골렘에도 독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아첨하는 골렘’의 문제입니다. 진짜 자기 통찰은 대개 불편함을 통과해 옵니다. 그런데 내가 유도한 질문에 따라 골렘이 내 회피와 편향을 매끄럽고 듣기 좋게 정리해 주기 시작하면, 그것은 자기 이해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자기 합리화가 됩니다. 거울이 나를 비추는 대신 나르키소스의 연못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답을 내놓으려는 LLM 특유의 영합(sycophancy) 경향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내가 감정에 휩쓸려 적어 둔 일기나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들을 골렘이 너무 매끄럽게 정리하고 합리화해 준다면 어떨까요. 4장에서 드러났던 것과 같은 나의 편향이나 사각지대는, 교정되기는커녕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되어 더 단단하게 굳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는 통찰을 끌어내는 사고를 골렘에게 맡기는 문제입니다. 통찰은 보통 나의 여러 생각을 반증하고 종합하는 ‘행위’ 속에서 태어납니다. 두 자료를 나란히 놓고 “이 둘이 어긋나는데?” 하며 씨름하는 고통이 따르고, 이러한 능력도 근육처럼 반복을 통해 강화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골렘에게 통째로 넘기면, 우리가 스스로 통찰할 기회는 줄어듭니다. 직접적인 예시는 아니지만, MIT 미디어랩의 나탈리야 코스미나(Nataliya Kosmyna) 연구진이 2025년 발표한 「Your Brain on ChatGPT」(arXiv:2506.08872)에 따르면, 에세이 작성에서 LLM에 의존한 집단은 뇌의 연결성이 낮아지고 자기 글에 대한 주인의식도 떨어졌으며, 그 저하가 도구를 치운 뒤에도 한동안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표본이 54명으로 작은 프리프린트라는 한계는 있지만, 스스로 만들어 낸 정보를 더 잘 기억하고 활용한다는 인지과학의 오래된 ‘생성 효과(generation effect)‘와도 일맥상통하는 결과입니다. 최악의 경우, 훌륭한 외부 산출물을 얻는 대가로 내면의 인지 능력이 정체되는 대가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8. 결론: 골렘의 이마에 무엇을 새길 것인가

그럼에도 이러한 위험을 의식하고 다룬다면, 디지털 골렘은 분명히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기술은 이제 개인에게 데이터를 쌓는 법(옵시디언, 마크다운, 구글 킵)과 그것을 분석하는 엔진(LLM)을 모두 선물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그 둘로 자신만의 골렘을 빚어, 그것에게 질문하며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컨드 브레인이라 부르든 디지털 골렘이라 부르든, 디지털 도구를 통한 인지의 확장을 한 사람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다만 값진 통찰은 여전히 좋은 질문에서만 나오고, 좋은 질문은 깊은 자기 성찰에서 길어 올려야 하는, 끝내 사람의 몫입니다. 세컨드 브레인의 진짜 병목은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내가 던지는 질문의 무게입니다. 골렘의 이마에 ‘진실(emet)‘을 새겨 깨울지, 글자 하나를 지워 ‘죽음(met)‘으로 되돌릴지 — 그 한 글자의 차이는 전적으로 내 질문에 달려 있습니다. 나의 디지털 골렘은, 내가 새겨 넣는 질문의 무게만큼만 깨어납니다.